그리운 편지

(2013년 회지 “평화의울림“에 개제된 글입니다)

김인숙요즈음에는 너 나 없이 편지를 잘 쓰지 않는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화로 문안도 하고 또 필요한 전달사항을 전자메일로 보내던가 또는 휴대전화를 통해서 문자를 보내서 즉시즉시 필요한 일들을 해결한다. 편지지 위에 마음을 가다듬고 쓰는 일은 이 바쁜 세상에 번거로워서 이제는 잊혀져 가는 일에 하나로 꼽게 될 것 같다.

전자메일로는 더 많은 사람들과 더 자주 이야기하고 수 없이 문답을 주고받을 수 있으니 참으로 편리하고 좋은 세상 같다. 그뿐만이 아니라 Facebook에 들으면 많은 사람들과 정보를 교환하고 또 지금 있었던 일과 사진을 아는 이들에게 곧 보내어 알게 할 수도 있다. 그런대도 누가 그 만의 고운 필체로 정성스럽고 따듯하게 쓴 편지를 받게 되는 날은 온 종일 마음이 기쁘고 설렌다. 몇 해 전 가을에 아버지의 유품으로 한 상자의 오래된 편지를 받았다. 사십여 년 전 우리가 미국으로 이민을 왔을 때, 도착한 다음 날부터 내가 아버지께 보낸 편지를 모두 보관하여 두셔서 동생이 보낸 것이다.

나도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내 파일 상자 안에는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딸 인숙에게”로 시작되는 아버지의 낯익은 편지들과 어머니의 궁체로 쓰신 편지와 여러 해를 New York에 있으면서 보내준 내 딸 진영의 유려한 영문편지들, 그리고 멀리 있는 친구들에게서 온 여러 가지 사연들의 편지가 들어 있다.

은퇴를 하고 나서는 아무래도 시간이 많아져서 손자 손녀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게 하여서 원본과 함께 한글로 바꾸어 써서 아버지께 보내 드렸다. 아버지는 평생에 아는 이들에게서 받으신 것들과 본인이 당신의 스승에게 보낸 편지를 엮어서 “남기고 싶은 사연들”이란 책을 내셨다.

몇 해 전 7월 아주 오래 알고 지내는 친구 내외와 시애틀에 사는 친구 크리스틴의 초청을 받아서 오랜만에 참으로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다. 크리스틴의 아들은 엄마의 옛 친구들 항공표를 사 보내 주었고 버클리에 사는 딸 헬렌은 우리들의 즐거운 여행을 위해서 시애틀 앞 바다에 있는 아름다운 섬에서 우리가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모텔을 예약해 주었다. 아주 오랜만에 배가 아프도록 웃으며 솜씨 좋은 친구가 만들어 주는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와서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참으로 고마웠다는 편지를 썼다. 쉬운 영문으로 너의 엄마와 정말 좋은 시간을 가졌었다고 정성들여 써서 하나는 홍콩에 사는 제리 내외에게, 다른 하나는 헬렌과 그의 남편 루커스에게 보냈다. 며칠 지나서 시애틀 친구 크리스틴에게서 아이들이 내 편지를 정말 반갑게 읽었다고 전화가 왔다.

우리 교회의 길동무 모임은 이 달부터 “로마서” 공부를 시작했다. 사도 바울이 두기고를 시켜서 필기 한 이 편지를 겐그레아교회의 뵈뵈라는 여교우가 지참하고 로마의 교우들에게 가지고 간 것이다. 그녀가 소중하게 로마교회로 가지고 간 편지를 2000년이란 세월이 지난 후 우리가 공부하고 있다.

(김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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