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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부를 찬송가 558장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이번 주 부를 찬송가 558장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1967년에 간행된 ‘(개편) 찬송가’는 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소속 교단인 예장 통합, 기장, 감리교에서 사용하던 찬송가였다. 예장 합동은 당시 ‘새찬송가’라는 것을 사용했었다. 친가 외가가 모두 장로교인이기는 했지만 통합 합동 고신 기장으로 흩어져 있어서 친척집에서 가정예배라도 드릴 때는 찬송가가 달라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나뉘어져 있던 찬송가는 1983년 ‘통일찬송가’가 나오면서 비로소 통합을 하게 된다. 새찬송가에는 없고 개편에는 있었지만 통일찬송가에 삽입 안 된 찬송 중 가장 아쉬운 곡은 개편 546장 ‘주의 가정’이었다. 이 곡은 문익환 목사가 작사하고 연세대학교 음대 교수였던 곽상수 교수가 작곡했다.

가정의 달인 5월에 주로 부르던 찬송가로 아름다운 노랫말과 한국적인 가락이 좋았지만 신군부가 집권하고 있던 1983년 상황에서 통일 찬송가 선정위원들은 이 곡을 통일찬송가에 넣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민주화 운동으로 투옥을 거듭하는 문익환 목사의 이름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한국 교회가 독재 치하에서 부끄러운 짓을 많이 했지만 ‘주의 가정’ 삭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부끄러운 기억이다.

미더워라 주의 가정 – 새찬송가 558장

1. 미더워라 주의 가정 반석위에 섰으니 비바람이 불어쳐도 흔들리지 않으리

하나님을 믿는 마음 서로서로 믿는 말 얼기설기 하나되어 믿으면서 살리라

2. 평화롭다 주의 가정 아늑하다 그 품이 따뜻하고 포근하여 마음놓고 쉬리라

미소하는 얼굴들에 주의 마음 서리어 하늘평화 풍기면서 서로서로 살리라

3. 즐거워라 주의 가정 사랑의 샘 솟는다 메마른 땅 적시어라 물이 올라 꽃핀다

너도나도 어깨 펴고 노래하며 즐기니 이웃들이 형제로다 내 몸처럼 아끼리

4. 향기롭다 주의 가정 기도하는 이 제단 마음 드려 기도하고 몸을 바쳐 섬기니

타오르는 몸과 마음 온 누리에 향기라 흐뭇하게 퍼져가는 온 누리에 향기라 아멘

다행히 2007년 간행된 새찬송가에는 이 곡이 558장으로 복권되었다. 1983년부터 2007년까지 약 25년 동안 이 아름다운 찬송이 사라졌던 역사를 우리는 부끄러운 고백으로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582장 3절도 문익환 목사의 작사

2013년 6월,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한 문익환 목사의 차남 문성근씨(그는 스스로를 ‘생업이 연기자인 시민 정치 운동가’로 소개한다)는 평화의 교회에서 행한 강연 ‘아버지 문익환을 말한다’에서 찬송가 582장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어둔 밤 마음에 잠겨- 새 찬송가 582장

1. 어둔밤 마음에 잠겨 역사에 어둠 짙었을때에 계명성 동쪽에 밝아 이나라 여명이 왔다 고요한 아침의나라 빛속에 새롭다 이빛 삶속에 얽혀 이땅에 생명탑 놓아간다

2. 옥토에 뿌리는 깊어 하늘로 줄기가지 솟을때 가지잎 억만을 헤어 그 열매 만민이 산다 고요한 아침의나라 일꾼을 부른다 하늘 씨앗이 되어 역사의 생명을 이어가리

3. 맑은샘 줄기 용솟아 거치른 땅을 흘러 적실때 기름진 푸른 벌판이 눈앞에 활짝 트인다 고요한 아침의나라 새하늘 새땅아 길이 꺼지지 않는 인류의 횃불되어 타거라

이 곡은 조선신학교(한신대학교)의 설립자인 장공 김재준이 작사하고 작곡가 이동훈이 작곡했다. 현재 새문안 교회 담임 목사인 이수영 목사의 부친인 이동훈은 ‘가슴마다 파도친다'(574장)도 작곡했다.

그런데 문성근씨의 이야기에 따르면 3절은 김재준 목사의 작사가 아니라 문익환 목사의 작사라는 것이다. 내용은 이렇다.

1976년 3월 1일에 발생한 명동 3.1구국선언사건은 1972년 10월 유신 이후 민주화 운동이 제대로 힘조차 쓰지 못하던 시절, 윤보선, 김대중, 함석헌, 정일형, 이태영 등의 사회 정치 세력, 함세웅, 문정현, 김승훈 신부가 주축이 된 천주교 인사들, 문익환, 문동환, 안병무, 서남동 등의 개신교 인사들이 결혼식을 위장해 명동 YWCA 강당에 모여 시국선언을 발표한 사건이었다. 그 중심에는 문익환 목사가 있었고, 그로 인해 문목사는 처음으로 투옥된다.

그 전 해인 1975년 8월에는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 사건이 있었다. 젊은 시절 친구 시인 윤동주를 보내고, 장년기에는 장준하 마저 먼저 보낸 문익환 목사는 살아 남은 자의 부채의식으로 본격적인 민주화 운동에 뛰어 들었고 그 결단이 3.1 구국선언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때 면회 온 홍성우 변호사에게 문목사는 노랫말 하나를 전하는 데 그것이 582장의 3절이라는 것이 문성근씨의 이야기였다. 실제로 1967년 간행된 개편 찬송가에는 212장 ‘교회의 노래’라는 제목의 이 찬송이 2절까지 밖에 없다.

3절의 가사에 대해 서울대학교 법학과의 한인섭 교수는 서울 새길 교회에서 행한 설교에서 문익환 목사 다운 가사라고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저는 (홍성우 변호사로부터)그 말씀을 들으면서, “아!”하고 탄성이 나왔습니다. 3절의 앞부분은 바로 문익환 목사님이 자신의 고향을 떠올리면서 쓴 구절로 보였거든요. “맑은 샘줄기 용솟아”는 바로 그의 고향 북간도의 용정이고요. (「선구자」에서 “용두레 우물가에 밤새소리 들릴 때”가 떠오르지 않나요) “거칠은 땅에 흘러적실 때”는 그의 고향마을 앞을 흐르던 해란강의 줄기입니다. “기름진 푸른 벌판이 눈앞에 활짝 트인다.”는 것은 그의 심상 속에 새겨진 고향의 풍경을 압축한 것이지요. 옥중의 고통을 겪을 때, 사람들은 꿈속에 고향을 떠올리게 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요. (중략) 문익환의 고향은 북간도 용정의 명동촌이라고 합니다. 제가 2004년 6월, 제가 그 곳을 방문했을 때 느낌은 “넓은 들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장공 김재준이 쓴 1절은 조국의 광복을 염원하는 것이고(어둔 밤 마음에 잠겨), 2절은 광복된 조국의 새일꾼을 부르는 내용인 반면에 문익환이 쓴 3절은 ‘새 하늘과 새 땅’을 염원하는 내용이라는 것이 한 교수의 주장이다. .

문익환 목사는 그가 꿈꾸던 ‘새 하늘 새 땅’의 지상적 성취인 통일을 보지 못한 채 우리와 이별했고 지금 한국 상황은 통일에 역행하고 있다.

아름다운 노랫말을 가진 이런 찬송가들은 찬송가책에만 자리잡고 있을 뿐 자꾸 잊혀지고 전자 음악에 어울리는 복음성가가 예배 음악을 잠식하고 있다. 복음성가라고 해서 굳이 배척할 것까지는 없겠으나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복음성가의 가사 속에서 민족, 통일, 정의, 평화를 찾아 보기 힘들다. 곡조에서도 우리다움이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시대를 역행하는 고국의 상황을 볼 때마다 김재준과 문익환 같은 지도자의 빈자리가 너무 커서 마음이 무겁다. 그들이 쓴 찬송가가 갑자기 생각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582장은 원 가사를 손질해 작사자 김재준에 대한 결례를 하고 있다. 시인들에게는 쉼표 하나도 중요할 터인데 누가 바꾸었는지 양식 없는 행동에 다름 아니다. 본래 2절 가사는 ‘하늘로 줄기가 치 솟을 때’였다. ‘줄기가 치솟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새찬송가에서는 ‘줄기 가지 솟을 때’ 즉 ‘줄기와 가지가 솟는다’ 로 고쳐 버렸다. ‘치솟는다’는 말의 역동성을 제거시켜 버린 것이다.)

http://www.newsm.com/news/articleView.html?idxno=4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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