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서신 – 전쟁에 나서는 원효의 용기

2016년 5월 29일 목회 서신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선우 작가의 ‘발원’이라는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원효와 김춘추(신라 무열왕)의 딸인 요석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입니다. 원효의 ‘효’는 새벽 효이고 요석의 ‘석’은 저녁 석이니 모든 것이 시작하는 새벽과 모든 것을 덮어 주는 저녁의 사랑 이야기가 소설의 주 내용입니다.

원효에 대한 자료는 ‘삼국유사’를 비롯해서 몇 안되기 때문에 소설의 대부분은 작가의 상상력에 기초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상상력 중에 백제와의 전쟁에 나선 원효의 태도가 인상적입니다. 소설에 따르면 원효를 총애하던 선덕여왕은 백제와의 전쟁에 승군을 모아 앞장 서달라고 원효에게 부탁합니다.

자신을 알아봐주는 왕의 부탁, 그것도 사사로운 일이 아니라 풍전등화 같은 운명에 처한 조국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거절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여기서 원효는 선덕여왕에게 자기를 비롯한 승군은 참전은 하겠으나 무기는 잡지 않고 위생병으로 참여하겠으며 위생병의 구호 대상에는 백제병사도 포함시켜 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선덕여왕의 표정은 어그러졌지만 원효를 총애한 왕답게 허락하게 됩니다.

메모리얼 데이입니다. 국가는 지킬만한 숭고한 가치가 있는 것이지만 따라서 그 일을 위해서 희생한 이들을 추모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평화와 용서입니다. 잔뜩 독이 오른 국가주의 앞에서 승려로서 자신의 신앙에 따라 용기있게 나선 원효의 태도가 오늘 우리들 모두에게 필요한 가치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늘 이런 상상을 합니다. 한국전쟁에서 희생된 남북 병사들을 남북의 국립묘지에서 각각 이장해서 비무장 지대에 화해의 묘지를 만드는 날이 오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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