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승

잿빛 승복속에 같힌채 출구를 잊은 육체 속 춤추는 핏물.
이름도 없고 모양도 없고 냄새도 없고 색깔도 없는 도, 도라는 물건, 보일듯 잡힐듯 하지만 그때마다 빈 손이다.
웬 윤회는 그리 빠른지 30이 되니 급하고 허무하다.
깨치기만 하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더니, 천재들의 이야기인가. 범부는 시간만 보낸다.
일회밖에 배당되지 않은 청춘을 적막한 산속에서 장사 지내고 있다. 중얼거리는 언어마다 죽은 언어다. 그 뜻을 알리가 없다.
선승들이 그때 그때 허접한 마음을 뱉어내서 생긴 죽은 언어, 사어들, 계면적어 터뜨린 공허의 언어 모듬 접시다.
아! 너무나 허무하다. 생피처럼 뚝뚝 떨어지던 그 허무의 언어, 그 절망의 언어들이 배암처럼 내 몸둥이를 휘감고 있구나.
출구를 못 찾고 펄떡이는 피의 고뇌를 누가 알리오. 새벽마다 힘차게 발기하는 성기와도 같은 젊은 비구승의 번뇌를 누가 알리오.
석가라는 종교의 천재가 꿈꾸던 부처의 나라, 불국토. 모든 번뇌와 고토잉 끊어진 경지,
불교 최고의 이상사회가 불국토였지만 위대한 자의 마지막 망상은 아니었을가? 비구승은 가부좌를 풀고 하산한다.
동네 거지들 모아 발이라도 씻어 줄가 보다. 고독의 사어들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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