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서당] 성서와 대안좌파 1장: 새로운 세속주의
평화의교회에서는 격주 독서모임 “평화서당”을 통해 함께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읽는 문헌은 로랜드 보어의 “성서와 대안좌파” 입니다. 둘째주는 제가 1장 후반부를 발제하게 되어 아직 참여하지 않은 교인분들의 관심을 유발하기 위해 발제문을 올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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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45-61p 의 내용을 정리하고 질문을 몇가지 던져봅니다.
제일 먼저 드는 의구심은 세속좌파, 종교좌파, 구 세속좌파, 후기세속좌파, 그리고 저자가 제안하는 wordly left (대안좌파) 등의 분류가 실체를 가지는 분류냐는 것입니다. 마치 이들이 하나의 세력을 형성하고 서로 연합을 이루거나 분파를 해서 경쟁하거나등의 관계를 기술하는 것이 1장 전반부의 내용인데, 일부 학계 내부에서만 통용되는 표현은 아닌지, 혹시 저자만 쓰는 표현인지(…)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잘 못 보는 표현들입니다. 세상의 운동을 아주 크게 분할 해 놓으니 멋은 있는데, 실제로 세력을 이루지 않은 부류들을 카테고리화 해놓고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1장 후반부를 읽어나가다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레고성경이야기 (The Brick Testament) 라는 웃긴 웹사이트에 대한 언급입니다. 이 웹사이트는 자칭 (우스개로?) 목사라고 하는 스미스라는 개인에 의해 운영되는데, 성경의 여러 잘 알려진 이야기들을 가끔은 비꼬아서, 가끔은 적혀있는 그대로 레고 조각을 이용해서 연출을 하는데, 연출 수위가 많이 높습니다. 아래는 가인이 아벨을 죽이는 장면입니다.
조심해서 봐야 하는게 이거 아무 생각없이 돌리다가 엉뚱한 장면에서 다른 사람에게 들키면 순식간에 큰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한 인터뷰에 의하면 스미스는 무신론자라고 하는데, 레고이야기의 목적은 성경이 대부분의 기독교 외부 사람들 (그리고 내부 교인들도 포함해서)이 상상하듯이 고상한 이야기만 하거나 권력 체제를 유지하는 말만 있는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겁니다. 그리고 저자는 이 웹사이트로부터 출발해서 우파의 도구로서 인식되어 있는 성서를 해체하고, 성서가 해방적인 방향으로도, 그리고 체제유지의 방향으로도 해석 될 수 있다는 점을 논변합니다. 우파가 성경을 가지고 자신의 논리를 변론하듯이 좌파 또한 성서를 포기하지 않고 해석 투쟁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결론나지 않는 의문이 나오는데요, 일반적으로 문서에 대해서는 그 문서에 “원래의 의도”가 존재하고, 문서를 가지고 그 의도와 상반되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남용”(abuse)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입니다. 저자는 성경의 경우 그것을 여러가지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 자체는 그 자체로 가치관적인 평가를 내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성경에는 원래의 의도가 없거나 서로 상반되는 여러가지 의도들이 서로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라고 말하는데, 이 점에 대해 더 이상 논지를 펼치지 않습니다. 그런데 물론 이것을 전제로 하고 계속 주장을 펼쳐나갈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간략하게 전제를 주장하는 것이 충분한가라는 의문이 듭니다. 3장에서는 같은 사건에 대해 헤게모니적인 읽기, 그리고 전복적인 읽기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는데 계속 가치관적인 평가가 전제로 깔려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저자는 이어서 좌파적인 전통에서 종교좌파들의 역할과 좌파적인 성경해석들은 어떤 것이 있었는지 훑어봅니다. 이 부분은 잘 정리가 되어있고, 제가 느끼기에 새로운 것들은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미국 주류 진보 운동에서 종교계는 하나의 부문로 자리잡은지 오래고, 공산주의 계열부터 환경운동에 이르기까지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활동”으로서 운동보다는 “공부”로서 운동을 강조하는 일부 좌파 계열, 그리고 대학 캠퍼스 내에서는 그 입지가 약하다는 느낌입니다. 대학의 경우 부모의 집에서 벗어난지 얼마 안되는게 상당한 영향이 되었을 것입니다. 한번 상한 당근이 들어간 음식을 먹고 뱉은 아이는 평생 당근을 꺼리듯이.. 보수적인 성경해석을 강조하는 교회를 반강제로 다니게 되면서 동시에 교회 밖에서 전복적인 사상에 접하면 종교좌파를 포함한 종교계 일체에 반감을 느끼기 쉬울 것입니다. 당장 제 대학 룸메이트부터 제가 일요일에 교회 다니는 것을 알고 나서 제국주의 국가가 전해준 종교를 버리지도 않고 뭐하냐, 라며 디스를 하더군요. 이런 백인XX가…
그람치 같은 초 저명 인사 말고 블로흐나 소렐 같은 사람들을 언급하면 이들이 좌파 내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몰라서 실감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전반적인 운동 내에서 종교계의 역할을 기술해주면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현재는 일부 isolated incident 몇가지만 언급하는 것 같아서 감을 잡기 힘듭니다.
저자가 1장을 정리하며 내놓는 네가지 쟁점을 옮기며 1장 후반부 발제를 마무리해봅니다..
1. 성경 해석 논쟁은 개인의 종교를 막론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우파에서 “믿음 없는 자는 이해할 수 없다”라는 논지를 내세울 때가 있지요..)
2. 좌파 사상과 종교는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
3. 마찬가지로 종교가 본질적으로 우파적인 것은 아니다.
4. 좌파는 본질적으로 운동 내의 다양성을 긍정하기 때문에 종교 좌파는 자신 존재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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