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서신
소설가 김인숙의 단편 <숨은 샘>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습니다.
“대웅전 앞에는 동백나무가 한그루 서 있었다. 아직 이른 봄이어서 꽃이 만개하지는 않았다. 무성한 가지마다 미끈하게 윤기나는 초록 잎들이 촘촘히 달라붙어 있는데, 그 푸른 잎들 사이에 봉우리를 터뜨린 꽃이 겨우 몇 송이 보였다. 꽃들은 전부 대웅전 쪽을 향해서만 피어 있었다. 마치 가장 먼저 핀 꽃이 가장 먼저 불전을 행해 얼굴을 들이민 것처럼. 꽃이 들여다보고 있는 대웅전 안을, 나 역시 밖에서 선 채로 들여다보았다.“
작가에게는 불상이 있는 대웅전을 향해 피어있는 꽃들이 무척 신기했던 모양입니다. 불교에서 가장 성스러운 장소인 대웅전을 향해 핀 꽃의 사연은 무엇일까요? 영원과 초월을 향한 동백나무의 염원 때문에 꽃이 대웅전을 향해 피었을까요? 대웅전의 자비가 꽃의 방향을 끌어들였을까요? 두 개 모두 동시에 일어난 것이 아닐까요?
우리의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초월과 영원을 향하고 있다면 우리 인생은 항상 만개한 꽃과 같을 것입니다. 동시에 하나님의 은총은 우리를 그분이 바라는 방향으로 늘 초대할 것입니다. 그분을 향한 마음과 그분의 끌어당김을 경험하는 것, 이것이 바로 믿음입니다.
이미지 출처: http://dongnae.tistory.com/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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