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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밍크코트’를 보고

(2013년 회지 “평화의울림“에 개제된 글입니다)

고선화고선화

‘밍크코트’ 이 영화는 ‘연명치료중단’이라는 무거운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면서 기독교 가족 내에서의 질투, 시기, 무관심 그리고 갈등과 그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이해 소통, 사랑, 그리고 화해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좀더 시야를 넓혀서 보자면 가족관계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인간관계에서 발견되고 있는 문제들을 보게 한다.

현실의 어려운 문제와 직면했을 때 그리고 감추고 싶었던 사실이 드러났을 때 우리는 수치심, 당혹감과 분노 등을 느낄 수 있다. 결국 진면모가 드러났을 때, 그 무게를 잘 감당하고 밝혀진 비밀의 무거운 진실 앞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기에 무너질 수 밖에 없고, 분노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밍크코트’는 탐욕, 부와 부정적인 허영의 상징적인 의미이다.

영화를 보면서 나 역시 이 상징적인 밍크코트를 입고 끊임없이 현실을 외면하고, 사실을 왜곡시키면서 살고자 하는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보다는 내 마음 속에 있는 미움, 질투, 의심, 상처, 내가 저지른 일 등의 현실을 감추면서 살기 위하여 나에게도 밍크코트가 그리고 신앙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반추해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의 스토리만 따라가다 보면 그저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만 영화 속의 주인공들의 감정에 이입되어 가다 보면 마치 어떤 경우는 나의 감정을 대신 토해내는 듯하기도 하다. 그래서 이 영화의 시작은 내내 무거움으로 전율하게 한다. 나의 문제는 무엇인가? 나에게 있어서 가족은 어떤 존재인가? 나의 신앙은 어디를 향해서 가고 있는가?

물론 영화가 끝까지 무겁지만은 않다. 따뜻함이 있는 영화이다.

극중에서 밍크코트는 가난한 현순, 넉넉하게 사는 언니 명순, 그리고 남동생의 처 경숙의 경제적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소품이지만, 현순의 어머니는 부자 딸이 사준 밍크코트를 우유 배달을 하며 힘들게 살아가는 가난한 딸 현순에게 몰래 벗어 준다. 현순은 자신의 딸 수진이 돈이 필요하다고 하자 그 밍크코트를 팔아 돈을 마련해 준다. 어머니의 밍크코트는 잠시나마 가난한 딸에게 따뜻함을 전해 주고 또 그 딸의 딸에게 필요한 양식이 된다. 이처럼 밍크코트는 모녀 삼대를 이어 주는 따뜻한 사랑이 된다.

어머니의 연명치료중단이라는 문제에 부딪혔을 때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알 수 없는 이 가족의 반목과 질시와 갈등이 극에 달한다. 허울만 좋게 밍크코트를 걸쳤을 뿐 그것으로 가려진 현실은 신앙으로도 극복 할 수 없는 갈등의 고조를 이룬다. 그러나 갈등이 고조를 이루고 현실을 직면하게 되었을 때 이 가족은 입고 있던 밍크코트를 벗고 자신들이 숨겨 온 것들을 고백하게 된다.

어머니의 연명치료중단을 결정하는 문제를 놓고 동의와 반대의 입장의 씬을 보면 우리는 지극히 자기가 처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적인 이유로 어머니의 존엄사를 원했던 가족에게 분노하고 막말로 저주까지 했던 현순도 결국 자신의 딸의 생명을 위해서는 어머니의 존엄사를 원하게 된다.. 이에 명순이 분노하고, 경숙 역시 자신의 친정 어머니였다면 연명치료 중단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인간은 철저히 자기 중심적이라는 것을 이 영화는 부인하지 않게 한다.

가족이라는 것이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한없이 무거운 삶의 업보이며 때로는 그 어떤 풍파도 막아 줄 따듯한 울타리지만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 날 수 없는 핏줄로 견고하게 얽힌 덤블가시처럼 잔인한 감옥일 수 있음은 역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