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만드는 사회 – 김기대 목사 칼럼
http://gobalnewsla.com/xe/index.php?document_srl=9496&mid=column
일본에는 부라쿠(部落)이라 불리는 공동체가 있다. 아시아의 가장 선진국임을 자처하는 일본이지만 아직도 4,000여개 부라쿠에 300만명 정도의 사람들이 천민으로 지칭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물론 법적으로 신분제는 폐지되었고 차별도 없다고는 하지만 일본 사회에서 부라쿠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들을 사람이 아닌 사람(非人, 히닝)으로 부르는 것이 차별의 증거다.
부라쿠 연구가들은 이 촌락이 중세의 신분제 사회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본의 천황을 사람이 아닌 신적인 존재로 격상시키기 위해 짝패로서 사람 아닌 사람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부라쿠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배계층이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다른 사람들을 사람 아닌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주장을 보면 그것이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의 정치에도 여전히 그 수법이 사용되는 것 같이 느껴진다. 좋은 정치란 상대방보다 더 나은 정책을 제시함으로써 경쟁적 우위를 차지해야 하는 것인데 미국이나 한국의 정치에서는 정책적 우위를 상실한 정치 집단이 상대방을 끊임없이 매도함으로써 자신들의 존재를 확인 받으려 든다.
한국의 NLL 논쟁도 그렇다. 휴전선과 달리 일방적으로 결정된 애매 모호한 구분선이다. 이것에 대한 정직한 토론이 있어야 한반도에 평화도 찾아 올 터인데 내세울 정책이 없는 정부 여당은 궁지에 몰릴 때마다 이 문제를 거론한다.
정치적 반대파들을 산 정상을 향해 다른 길을 선택한 등산객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낭떠러지에 밀어 떨어뜨리려는 대상으로 생각하며 정치를 하니 신분유지를 위해 부라쿠를 만들었던 중세의 일본 왕족들과 뭐 그리 다르겠는가? 그래서 국민은 항상 괴롭고 불안하다.
독일에서는 기독교 민주당의 메르켈 총리가 3번 연임에 성공했다. 독일 언론은 “권력을 과시하지 않지만, 힘을 가진 정책”, “잘난 척하지 않고, 나르시시즘에 빠지지 않으며,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거나 가르치려 하지 않는 인간적인 매력” 등으로 메르켈을 추켜 세우고 있다.
메르켈은 중도 보수정당인 기민당 소속이지만 진보 정당의 전유물 같은 원전 주제를 선점함으로써 세상을 놀라게 한 적도 있다. 독일내 17개의 원전을 2022년까지 폐기할 것을 선언했던 것이다.
원전이나 방사능 문제만 거론하면 상대방을 괴담 진원지로 몰아가는 한국 보수 정당이 배워야 할 부분이다. 좌우, 또는 적과 나의 피아 개념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의 문제를 메르켈은 정확히 짚어냈기에 유능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굳혀 나가고 있다.
메르켈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도 유명하다. 루터교 목사의 딸이기도 한 메르켈은 대중연설에서도 성서의 인용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녀의 정치적 결정에는 성서의 가르침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메르켈의 경우를 보면서 적 만들기를 즐겨하는 우리의 여 대통령의 이념적 기초는 무엇일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혹시 유신?
Comments: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