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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조의 사색(5)

문영조의 사색(5)

사색 ( 61 )

——– 흡연자 구하기 ——-

302호실, 30명이 농성중이다. 하필 문과 대학을 택하여 이 야단이라는 말인가? 그당시 일등 신문이던 ㄷ일보도 ” 교수농성 ” 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사회면에 보도했다. 학생회 간부인 성군이 소식을 전했다. 젊은 교수 한분이 전한 말이다. ” 이봐, 성군, 자네들 우리를 이렇게 내버려 둘건가?
벌써 한달이 지났어. 우선, 리꾸샤꾸가 곪았어.이걸 풀어 주어야 하는데 홀아비 생활에 방법이 없단 말이야. 아마 마누라가 곧 도망갈지도 몰라. 저렇게 내버려두면 일나지. 자네들 우리 사정을 너무 모르체 하는것 아니야? ” 리꾸샤쿠는 작은 주머니란 뜻이다. 참 골치 아픈 일이다. 어찌하랴? 꽉 막힌 이 물길을 뚫어야 할텐데. 몇일을 고민하던 나는 결단의 시간이 오게되고 그 다음날 전교생의 소집 공고가 대자보로 나갔다.
노천광장을 꽉 채운 학생들은 이미 그동안의 울분을 토해 내며 갑론을박 후 어느새 우루루 몰려가니 곧 총장서리로 있던 언더우드 3세의 화강암 이층 양옥집이다. 결과는 예상한 그대로 완전 파괴되고 누구의
짖인지는 모르게 불을 질러버려 나중에는 시커먼 돌덩이만 앙상하게 드러났다.

× × ×

오래도록 총장하던 용재는 잠시 그 자리를 내려놓고 상하원 합동의장으로 당선되어 나라 민주화 건설에 여념이 없었다. 1960년 4.19후 탄생한 장면 정부는 한창 조국 재건과 민주화 완성에 온 힘을 쏟고 있었다. 그러나 온갖 장애물이 여기 저기 터져 나왔다. 갑자기 쏟아진 자유를 주체하지 못하고 흥분속에 들뜬 학생데모가 끝없이 이어졌다. 또 자유당 정권에 눌려 지내던 각계각층의 요구 사항이 폭팔하니 곧 아비규환, 결국 정치군인들에게 길만 닦아 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학원은 그들대로 새로운 혁신의 꿈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다니던 학교도 꿈틀대기 시작했다. 조선 어학회 사건으로 고문 당하던 교수중심의 국내파와 미국 유학파 교수들의 대립에서 학교당국은 국내파를 외면하고 유학파의 손을 드니 반발이 생기게되고 결국 여러명의 이직이 일어나니 80명의 국내파가 반발하며 일어난것이 바로 국내 최초의 대규모 사학분쟁이다. 8명의 유학파와
80명의 국내파 대결이다.

× × ×

마교수는 그 당시 도서관장이었다. 학생들은 그를 무서워했다. 그의 눈초리는 첫대면부터 상대를 압도한다. 거기에다 학점도 따기 어렵다. 그의 눈밖에 나면 졸업하기가 힘들 정도다. 더하여 차세대 총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험악하던 학원 분규도 수습되고 서대문 형무소에서 험한 꼴을 당하며 갇혀있던 150명의 학생들도 무사히 풀려났다. 같은 편이었던 언더우드 총장서리와 옹고집으로 유명한 이사장 영감의 양옥집들을 절단낸 놈들도 용서해 주었다. 괘씸한 녀석들. 이제는 내 세상이다. 아, 내 앞 길에이런 행운의 문이 열리다니,하늘도 의인의 길을 평탄케 하는구나 하고 그는 쾌재를 불렀다.

× × ×

도서관장실은 총장실보다 더 현대적으로 지어져서 넓직하고 시원하다.들어와 앉은지 5분이 지났을까, 어떤 녀석이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선다. 낯선 얼굴에 인사도 아니하고 무표정으로 뚜벅 거리며 다가오는 것이 몹시 거스린다. 별 놈 다 보겠군하며 대응하려는데 그가 먼저 입을
뗀다.
” 선생님, 부탁이 있습니다. ” ” 그래? 너 누구야? ”
” 예, 저는 학생 자치회 회장입니다. 내 후배 K군이 도서관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선생님께 들켜서 곧 퇴학시킨다고 해서 왔습니다. ” 그는 슬슬 끓어 오르는 분을 누루려고 빨간 양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을 붙치고 한모금 들이키며 너 참 잘걸렸다는 표정으로 상대방을
노려본다.
” 그래서? ”
” 저를 봐서 용서해 주십시요. ” ” 자네가 뭔데? ”
”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학생 자치회 대표올시다. ”

× × ×

마교수는 피식 웃으며 그를 경멸의 눈빛으로 쏘아 보았다. 속으로 너 또한 내 암흑의 그물속에 걸려든 퇴학 제2호가 될 놈이로고 하며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을 순간, 그놈이 당돌하게 내 뱉는다.
” 선생님도 지금 담배를 즐기시는데 그 학생도 그 기분 좀 느끼려고 담배질 했는데 퇴학시킨다고 하시니 너무하지 않습니까? 용서하신 거로 알고 갑니다. 신성한 도서관 이라면서 위나 아래나 다 담배질하긴 마찬가지군! 도찐개찐, 엉망이로다. ” 홱 하고 돌아서더니 다시 팔자로 뚜벅 뚜벅 그리고는 쾅하고 나가 버린다. 그의 담배 쥔 손이 후들 후들 떨리기 시작했다. 감히 나에게 대들다니, 이 놈이 미쳤구나. 그는 어느새 학생처 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 아, 여기 세무 점퍼 입은 한 놈이, 목소리 굵게 내며 깡패처럼 무례한 놈이 나에게 대드는데 그놈이 누구요? ” ” 음, 세무라,그 친구,문 누구 아닌가 몰라. ”
” 문이라니, 퇴학 당했다가 다시 복교한 놈 말이요? ”
” 맞습니다.”

× × ×

” 아니, 자기는 자치회 회장 어쩌구 그러던데.”
” 문과 대학 학생회장 그 애요.”
“그럼 왜 자치회라 ……”
” 그건 저도 모르지요.”
D일보와 H일보에서 계속 1면으로 보도하던 그 놈이다. 당분간은 아직 내가 아니고 그가 점령군이다. 80명 교수를 구하고 자신은 퇴학을 당했다. 대자보에 내 이름이 오르는 날이면 나는 끝이다.그의 뒤에 동문과 언론이 버티고 있고 80 교수도 눈을 부릅 뜨고 있다.
다음 날, 등교 길에 도서관 앞을 지나는데 이상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도서관장과 직원들이 일렬로 서서 누구를 기다리는 모양이다. 어제 일도 있고 해서 나는 못 본척하고 지나치는데 그들이 나를 둘러 싸고 가는 길을 막는다. 도서관장이 앞으로 썩 나서며 허리를 굽히고 손을 내민다.
” 아니, 본인 이름을 대지 왜 자치 뭐라고 했어요? 어제는 모르고 한 일이니 그저 헤헤.” 그옆의 부교수와 직원들도 같이 꾸벅이는 중이다.
모든 것이 서툴고 멍청한 나는 끝정리 하나는 챔피온 감이다.
” 선생님, 어제는 제가 실수했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어서 들어 가십시요. 저는 벌써 다 잊어 버렸습니다. 자,그럼 용서하신 걸로 알고 이만 가 보겠습니다.” 나는 목에 붙은 송충이 떼어 내듯 그 자리를 바람처럼 떠났다. 홀가분 하기가 날아 갈듯하다. 담배 피우다 걸린 후배도 구하고 도서관장도 자리를 지켰다. 허물이 있어도 밥은 먹어야하니까.

사색 ( 62 )

———– 박제 인간 ———-

정경심 교수의 수감을 보며 이연주 변호사가 말했다. 2020년 12월 25일 페이스북. ” 예수 그리스도가 박해받은 이유가 그러하듯이, 죄 많은 자들은 자신의 죄보다는 그 죄악을 들추고 없애려는 자를 더 미워하는 법” 이라고 했다. 이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리오. 인간의 추한 내면은 2천년이 지나도 그대로다. 추미애는 윤석열이 반항하며 대항할 때 국회 본회의장에 나와 이연주가 지은 책을 가방에서 꺼내 읽기도 했다. 그 책 이름이 ”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다. 그렇구 말구, 그 도둑들과 어울리다가는 양심이 말라 비틀어지는 박제 인간이 될 수밖에 없으리라.

사색 (63)

———- 기득권 ———-

일대일의 결투 중에 상대방은 빈 손인데 총을 들고 여유를 부리는 모습을 기득권이라 할 수있으리라. 그러나 이 기득권을 포기하는 가끔씩 등장한다. 소수의 수재들이 군계일학의 모습으로 불쑥 그 봉황의 머리를 위로 내 밀고 올라오니 나라의 보배요 몽매한 백성들의 크나큰 위로다. 예를 들면 강남 좌파 조국교수와 유시민작가 등이다. 그러나 감도 안되는 대다수의 친구들이 특이한 학력을 어깨에 메고 다니며 자기의 능력 이상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행동하면서 부족한 실력을 동아리로 뭉치셔 서로 교통하며 불의까지 행하여 욕심을 채우는 꼴은 목불인견이다. 머리 좋으면 제일 먼저 선택할 덕목이 있다. 국가와 민족에 대한 헌신이요 자기희생이다. 소위 영국식 명문학교들의 순위가 전쟁 전사자의 수로 결정된다는 희귀한 전통이다. 부자가 되기 보다는 명예를 얻는데 더 가치를 두는 사회를 인간다운 모습이라고 정의할 때 과연 우리의 모습이 어떠한지는 차마 입에 올리기도 부끄럽다.

사색 ( 64 )

———– 잘 가시게 ———-

차라리 나 예수를 욕해라. 단 성령을 욕하지 마라. 신앙이 없는 상태에서 나를 비방하는 일은 간혹 있게 마련이다.어느 누구에서도 경험하게 될 통과의레로 볼 수도 있다. 흥, 하고 나 예수를 코웃음치는 자들이 한둘인가. 그러나다. 나 예수가 아니라 성령을 거역하는 자들이 문제다. 자신의 양심에서 나오는 작은 소리를 놓치고 만다. 아니,눌러 버린다. 아니, 깊이 깊이 파 묻어 버린다. 우리는 이런 자들을 버림받은 자들이 라고 말한다. 왜? 소위 ” 영원히 용서받지 못하리라” 라는 단호하게 밝힌 주님의 직접 설교가 있기 때문이다. 마태 12:32.
미국이나 한국의 보수주의 신자들 중에 이런 자들이 의외로 많다. 갑질하는 기득권 자들이 무리하게 의인들을 가혹하게 다루는 이유를 그대는 아는가? 지기의 죄를 덥기 위해 의인을 죽이려고 일을 꾸미는 것이다. 인류역사는 그 내용이 이런 일로 도배되고 있다. 악한자들이 끝에 가서 내뱉는 말은 정해진 레파토리 그대로다. ” 또 그말이야? 세월호, 지긋지긋해. 또 광주 5.18? 지겹구만. 조국과 그 가족이 깨끗하다구? 흥, 표창장 위조범 아닌가? 그리구 또 오리발까지. 문재인은 감옥 보내야 돼. 왜? 그걸 몰라? 죄인이야, 독재자야,무능해.”
욕하고 또 욕하고 저주하지만 왜 그런지 그 이유는 대지 못한다. 그러면 그런 줄 알라고 돼지멱따는 소리로 꽥 꽥 소리 지른다. 바로 이런 짓이 성령을 거스르는 모습이다. 왜? 의인을 핍박하는 자가 곧 신을 핍박하는 자다. 영원히 구제 불능의 불지옥에 떨어질 수밖에 다른 방법은 성경 어디에도 없다. 잘 가시게, 멀리 안 나가네.

사색 ( 65 )

———- 게티 센터 ———

1997년 12월 16일에 개장한 엘에이 게티 센터를 설계할 때의 숨은 이야기는 유명하다. 세계적인 건축 설계자들이 모여 앉아 제각기 자기의 주장을 고집하다가 말다툼으로 번지니 천재들의 외골수는 알고도 남겠다. 결국 소리 소리 지른다가 육두 문자까지 내 뱉으며 헤어지니 소위 엉망이 되어 버렸다. 다시 수습되고 또 의논하다 싸우고 다시 만나 조금씩 양보하여 태어난 작품이 바로 게티다. 과연 현대식 건축물 중에 최고의 걸작이 탄생한 것이다. 사심없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에 일어나는 분쟁이나 다툼은 실책이나 사치가 아니라 필수과정이 아닐까 싶다. 산타모니카 산 정상에 걸터 앉아 넓은 태평양을 노려보며 그위용을 뽐내고 있는 게티 센터는 당연히 세계적인 자랑거리요 남가주의 자존심이다.

사색 (66)

——– 일란성 쌍둥이 ——-

버마는 참 껄끄러운 상대였다. 동남아 축구팀 중에 감히 한국 축구를 못살게 구는 나라는 버마 뿐이었다. 자그마한 체구에서 뿜어내는 독한 기운은 서늘하기 까지하다. 몇번인가 비기다 지다 하다가 한두번 이겼던가. 1960년대 이야기다. 그런데 네윈이라는 군인이 나와 아웅산 수치 중심의 민주체제를 무너뜨리고 정권을 강탈하니 학생데모가 불같이 일어났다. 네윈은 3000명을 사살했다. 무자비한 학살을 주저없이 저질렀다. 마치 부마항쟁을 탱크로 밀어 버리자고 주장하던 차 모 비서실장의 결의를 실행한 것과 같다. 그 후 더 이상의 반항은 완전히 소멸되고 말았다. 1958년에 일으킨 구테타 후에 민정이양하여 상왕 자리를 꿰차고 있다가 1962년에 다시 빼앗아 그 후로는 죽 해먹었다. 다시 학생들이 맹렬히 들고 일어났지만 또다시 네윈은 사정없이 사살해 버리고 욕심을 채웠다. 그후 60년 동안 주거니 받거니 하며 군인 중심으로 상류 카르텔을 형성하니 마치 한국의 친일 세력과 정치 군인들이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부정과 비리를 코로나 19처럼 퍼뜨리는 모앵새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곧 아시아의 일란성 쌍둥이다. 검은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백성들의 고통과 절망은 끝이 아니 보인다. 한반도와 버마 두 나라가 축구시합 하듯이 서로 달리며 불행의 멍에를 벗어 던지고 누가 먼저 자유를 휘어 잡을지 경쟁할 때가 아닐까 싶다.

사색 ( 67 )

——— 20대의 분노 ———

청년들이 야당을 찍었다. 여당에 복수의 칼을 꽂았다. 명박이 꼬붕을 둘 다 뽑아 버렸다. 20대의 분노는 하늘까지 치 솟았다. 왜? 뚫고 들어갈 곳이 없다.위 아래 다 자리 잡고 빈 틈을 보이지 않는다. 공부하고 자격증을 따도 갈 곳이 없다. 오늘도 내일도 아르바이트다. 아니 올해도 내년도 내후년도 마찬가지다. 애비 잘 만나면 무슨 짓을 해도 불기소되고 기껏해야 벌금형이다. 검찰도 언론도 일찌감치 기득권으로 돌아선지 오래다. 집권 여당은 180석을 뽑아 주어도 신중에 또 엄중이다. 조중동 무서워서 복지부동에 눈알만 굴린다. 공정을 그렇게 외쳐보았지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뻐스는 지나가고 개혁도 열중쉬어 중이다. 쥐꼬리 위로금도 우리를 빠져 나갔다. 남은 것은 좌절이다. 결혼, 출산, 전세, 희망 다 사라지고 이제 남으 것은 마지막 몸부림이다. 그래도 지금은 화풀이라도 해 보지만 다음은 완전 포기다. 지진 후에 올 것은 적폐 쓰나미다. 움직이지 않으면 무서운 대가의 반작용이 덮쳐 오리라.

사색 ( 68 )

——— 대형형무소 ——–

그들은 주장했다. 우리는 국가와 국민이 인정하고 허가한 엘리트라고 자부한다. 나라의 질서와 빨갱이 척결은 우리와 같은 수재들이 아니면 도저히 이루어낼 영역이 아니다. 큰 일을 하면서 부수적으로 생기는 이익은 당연히 우리가 받을 보상이다. 우리의 수사와 기소의 기준은 옳고 그름이 아니다. 큰 돈을 벌어서 왜 우리가 성공을 향해 죽기로 공부하고 땀을 흘리며 이곳까지 왔는지 증명해 보여야 하리라. 옳고 그름은 시험 볼 때나 한번 써 먹고 그 후에는 가능한한 속히 잊을 수록 유리하다. 내가 벌어 드리는 돈의 액수가 내 능력을 대변하는 세상에서 어찌 정의를 따지며 앉아 있으리요. 불쌍한 백성들은 공부 잘하고 높은 감투 쓴 영감들을 무조건 숭배한다.머리 좋으면 성품도 무조건 좋으리라 여긴다. 그러나 그들은 생계형 좀도둑이 아니다. 영악한 머리를 굴리며 사기와 악한 계획을 밤낮으로 꾸며내어 성공적으로 돈을 터는 무서운 도둑소굴이 되고 말았다. 속히 대형형무소를 지어서 다 쓸어 넣어야 나라가 산다.

사색 (69)

———- 항우와 유방 ———

항우는 어금니, 유방은 혀다. 차돌처럼 단단한 성격의 항우와 밀가루 반죽처럼 물렁거리는 유방은 비교하기 손쉬운 두가지 형태의 인간이다. 항우는 백전백승하던 역발산의 무서운 장군이지만 어쩔수 없는 강골이다. 유난히 정도 많고 가까운 장수들을 사랑했지만 고집과 불공정은 그 성격에 비켜 가기가 어려웠다. 잘하다가도 불같은 성격이 터지면 감당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한편 우유부단한 유방은 어떤가. 이쪽 말에 솔깃하다가 저쪽 말로 뒤집어 놓고 또 제 3자의 말로 결정하니 비록 미련한 자들도 겁없이 자기의 의견을 드리대니 백가쟁명의 혼란 속에서 보물을 가로 채는 재주가 남달랐다. 물렁 물렁한 유방에겐 온갖 종류의 인간이 몰리고 그 중에서 추려내어 골라서 크게 쓰니 그결과가 점 점 결실을 맺게 된다. 처세술과 임기응변의 대가인 진평, 고귀한 사상과 실천 철학자로 사면초가의 창조자인 장량, 배수진으로 항우를 몰아붙인 불세출의 영웅 한신, 큰 살림살이로 백성의 생활을 안정시키며 군수품 조달청장 노릇을 성공적으로 마친 소하 등은 다 흔들거리며 멍청한 듯 했던 유방의 기가 막힌 공로다. 일통천하 후 어쩔 수없이 한신의 최후가 오고 말았다. 차마 죽이기가 너무나 안타깝던 유방 한고조는 한신과 마지막 고별 타임을 마련하는데 그 대화가 아직까지 전해 온다.
” 장군은 나보다 월등한 머리와 전략을 가지고 있는데 이렇게 내 손에 죽고 마니 어쩐 일이요?”
” 전쟁 터였다면 입장이 바뀌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상의 국가경영에는 사람이 필요한데 그것은 제가 부족합니다.”
” 전투에서의 나의 능력은 어떠한가 ?”
” 만 명 정도는 다스릴 수있다고 봅니다.”
” 그럼 장군은 몇명 정도나?”
” 저는 많으면 많을 수록 더 잘 다스릴 수있다고 봅니다.”
” 그렇지, 그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장군의 그 특출함이 장군 자신의 운명을 결지었도다. 내가 그대를 존경하면서도 사면 못하는게 한스럽도다.”
이 몰인정한 유방 한고조를 중국 역사상 최고의 통치자로 인정하는 역사가들이 많은 이유는 아직까지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색 ( 70 )

—– 마리 앙투아네트 —–

동쪽 하늘에 새벽이 밝아오고 붉은 해가 떠 오른다. 특별한 운무 현상인가? 무슨 해가 저렇게 크단 말인가. 베르사유 궁전 정면에서 바라 본 광경이다.내 팔을 뻗어 두 손바닥으로 해를 가려 보았다. 둥그런 해가 절반도 더 남았다. 이곳을 택하여 초호화 궁전을 만들고 태양왕이라 자처하며 거드럭 거린 자가 루이 14세이고 그 손자격인 루이 16세가 자기 부인 앙투아네트와 같이 혁명의 단두대 이슬로 살아져갔다. 관광 버스는 필수 코스라며 우리를 단두대 처형장으로 끌고 갔다. 거리를 두고 건너다 보건만 온 주위가 초겨울의 공기처럼 싸늘해 오는 것이 엄숙하기보다 으시시하다. 무서운 국민이요, 결단의 나라다. 왜, 이 흉물을 백년이 넘도록 보관 유지하면서 자국과 세계에 보여 주고 있을까? 단칼에 두 조각을 내 버린 결단은 곧 혁명의 결정적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어설픈 용서는 가다가 멈추는 꼴이 되어 아니 감만 못하다는 우리 말처럼 도루묵이 되고 만다. 다시는 배반과 부조리의 후유증으로 후회하지 않겠다는 깊은 지성의 결단은 남다르다. 썩은 사상과 전통에 젖어 아직도 혼란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극동 아시아의 미숙한 선진국들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사색 (71)

———– 선견지명 ———-

건달도 아닌것이, 날라리도 아닌것이 워쩌커럼 땡겨서 알아 부렸냐고 이 말이여. 2000년 전후 일본과 문화교류를 확 개방해 버린자가 바로 후광 이었다. 모두가 놀라워했다. 일본 영화와 감미로운 그들의 음악은 곧 한국 사회를 덮쳐서 삼켜 버리리라고 대부분 우려했지만 후광은 이상할 정도로 자신만만했다. 다까끼 마사오의 장기집권 흑심을 까발려서 세계적인 관심을 이끌어냈던 명연설은 그렇다 치고라도 자기 전문 분야도 아닌 대중문화의 밑바닥 흐름까지 꿰차고 덤비는 안목은 분명 남달랐다.3000년 전에도 활 잘쏘고 가무가 기막힌 오랑캐로 기록됀 것을 보면 알겠지만 어찌 콧소리와 아기 손짓으로 꼬물대는 섬나라 아해들을 겁낼소냐. 아마도 이런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일본 학자들은 지금까지 한숨을 쉬며 내 뱉고 있다. 어쩌다가 J 팝이 K 팝에게 먹혀 버렸는지 모르겠다고. 그러나 후광은 유서깊은 한국문화는 세계적인 수준을 넘어 우주까지 휘져 볼만하다고 간파한 선견자가 아닌가 싶다. 아이티와 케이팝, 의약분업과 평화통일, 그리고 아이엠 에프 탈출까지 그의 선견지명과 조국사랑은 타의 추종이 불가능할 정도다.

사색 ( 72 )

———– 일등 국민 ———-

인성을 갈고닦기위해 학교교육을 받으며 청춘의 귀한 시절을 보낸다. 인성과 같이 그 다음으로 배우는 것이 전공이라는 특수 기술이다. 그러나 살기가 팍팍하고 거칠어져서 인성은 뒤로 밀리고 돈벌이 수단만 남게되고 그 전공을 책대로 행하지 않고 허실로 바꿔치고 더 똑똑한 놈은 허허실실 뒤집어서 어떻게든 돈이 되는 쪽으로 몰고 간다. 거기에 더해 학연, 지연등 동아리를 만들어 상부상조하며 같이 해 먹으니 의지도 되고 지하실의 양주맛은 꿀맛이다. 배운 놈들이 이 모양으로 타락하니 그 사회의 사정이 어떠하리요. 일찌기 아우구스티누스는 말했다. 정의가 없는 국가는 강도떼와 같다고. 어찌 국가뿐이리요. 정의가 없는 교회는 악의 편이 되기 쉽다. 다시 말해서 정의없는 믿음은 젖먹이의 옹알이에 불과하여 자라면서 의를 위한 면역성이 결핍될 수밖에 없다. 배운 쪽은 점점 교만해지고 반면 흙수저의 노동계층일수록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다가 죽어간다. 교육의 최종 목표는 공공을 위한 헌신이요 이웃을 돌보는 배려와 동참이다. 나만큼 너도 생각해주는 역지사지 정신이다. 자기 희생과 박애를 펴는 것 이상의 자기애가 어디에서 찾아 보리요. 자연히 다가올 상금은 세계 일등 국가의 일등 국민 이라는 보람된 상장이다.

사색 (73)

————- 애민 ————

진린은 만명의 포로를 죽여서 그 머리를 소금에 저려 황제에게 보내면 자기에게 큰 도시 하나나 둘을 하사해 주실 것이라고 자랑했다. 순신이 알아 보니 이 뙈놈이 말하는 포로들이 왜놈과 협상하면서 넘겨 받은 마산 쪽의 조선 백성들이었다. 당장 달려가서 진린과 따지며 어서 풀어 줄것을 요청했다. 돼지같은 진린이 펄쩍 뛰며 내 소관이라고 당신은 당신일이나 잘 하라고 소리 지르고 물러서려할 때 순신은 긴 칼을 빼들고 대들었다. 이것은 너와 내가 상담할 일이 아니다. 내 백성의 목숨은 곧 내 목숨이다. 너와 내가 이 자리에서 같이 죽더라도 이번은 물러설 수가 없다. 단 앞으로 전투에서의 모든 전공과 포로등은 다 장군의 것으로 하겠다. 머지않아 그머리수는 채워줄 자신이 있다는 것을 장군도 알것 아닌가. 결국 순신은 죄없는 백성 만여명을 구해냈다. 이처럼 그의 애민사상은 특별하다. 적을 피해 전라도까지 도망온 경상도 피난민들의 호소를 물리치지 못하고 한산도로 데리고 들어가니 이 또한 간단한 일인가. 일일이 보고를 올리고 허락받고 어쩌고 쓸데없는 일이 한둘인가. 못난 왕은 달가워할리가 없었다. 마지못해 허락했을 뿐 그 일로 때를 보아서 손볼 생각을 품었다. 그정도 모를 순신이 아니지만 그저 자기의 운명이려니 여긴 모양이다. 심술 대장 진린도 순신의 배에 오르며 세번이나 갑판에 뒹글며 소리소리 지르고 통곡하니 그들의 길고 긴 역사에서도 찾아 볼수없는 참 스승을 잃은 듯 가슴을 치며 아파했다.

사색 ( 74 )

김진애의 언어 선택은 명쾌하다.
” 조국 가족을 왜 그렇게 잡으러 들었어 ? ”
마치 명바기가 무혀니 잡듯이 이번에는 제2라운드가 펼쳐진 것이다. 석열이는 자기가 조국과 대등한 줄 알았는데 어디에 감히 갖다 붙이고 덤비는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조국은 인격과 학문이 고고하다. 경력이 깨끗한 신사다. 어떻게든 바르게 살아 보려고 매시간 긴장하며 지내기가 힘들었다는 그의 고백은 믿을만했다. 9수해서 기어들어간 놈이 상대하기가 애초부터 무리었다. 마치 후광과 라이벌 대상이 자기밖에 없다고 바락 바락 기어 오르던 어느 화상과 같다고나 할까? 역겨운 밉상 수양대군보다 더 유치한 녀석이 윤석열이라는 막가파 깡패다. 선한 선비가 길가다 갑자기 오물을 뒤집어 썼다. 살다가 별꼴을 다 본다. 그 못된 법기술을 가르쳐 준 선생은 어느작자인가? 반드시 필요한 인성 교육은 어떠하길래 이런 비정상 인간들을 사회에 배출하는가? 전문가도 사람다운 사람도 똑같이 중요시하는 아름다운 교육기관은 어디에 없을까.

사색 ( 75 )

———- 김성회 ———

교회 전도사였던 김성회는 두뇌회전이 빨랐다. 무슨 일이든지 잘 해결해 내어서 부러움도 사고 몇몇 동기들 사이에서 질투의 대상도 되었다. 그의 약간 거친듯한 야성을 다듬고 격려도 하여 가며 믿음의 세계로 이끈 평화의 교회 담임 목회자의 꾸준한 노력도 기록에 남을 만한 일이다. 한창의 젊은 나이에 외모도 헌출하고 목소리도 중중저음으로 신빙성을 주는데다 이론이나 설득력도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 결과물을 도출하여 내는 능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교회 담당보다는 사회 운동가의 면모가 보여서 만인 친절형의 무드는 나타내 보이지 않았다. 그런 중에 고국에서 막 인기를 올리고 있던 나꼼수의 김어준등 4,5명을 나성의 진보측이 초청하게 되고 그 때에 자원 봉사자로 한정환 등 교우들도 합류하면서그 담당을 김성회가 맡아서 진행하게 되었다. 엘에이와 미 주요 도시들을 다니며 반정부 성격의 강연회를 개최하여 큰 성공과 화제를 모은 때가 2016년 가을이었다. 얼마 아니되어서 김성회는 귀국 길에 오르게 되고 정치에 입문하니 그 성실성과 부지런함이 인정되었는지 요사이 어느덧 유명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에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일으키며 명성을 날리고 또 시간을 아껴가며 미국 유명대학의 석사학위도 우수한 성적으로 받아내서 조국에 헌신하게 되니 이곳 엘에이 동료들의 기쁨과 흐뭇함은 넘치고 또 넘친다고 하겠다. 부듸 선진 조국의 앞장 선 역군이 되시기를 모두 기원할 뿐이다.

사색 (76)

———– 두 청년 ———-

이준석의 대담 짝궁이 김성회다. 둘 다 Mz세대란다. 둘을 붙여 놓고 갑론 을박하면 정취율이 오른다고 하여 큰 화제거리가 되곤했다. 그러나 그런 재미도 살아질 모양이다. 이준석이 야당 대표가 되었기 때문이다. 수면 위로 떠 오른 그 대신 김성회는 아직이다. 또이 또이 형님들이 아직까지 그의 앞에 스크럼 짜고 버티고 있어 인내와 노력이 더 필요한 시기다. 그러나 둘 중에 누가 더 먼저 결승점에 도달할 지는 미지수다. 김성회는 서태지와 아이들에 빗대어 이준석과 아이들이 라는 새언어를 만들어 내고, 박근혜 탄핵을 극복해야한다는 이준석의 대구 발언을 거론하며 이 때가 그가 평론가에서 정치가로 탈바꿈하는 순간이라고 칭찬해 주고, 윤석열의 대권 욕심을 총을 들고 노루사냥하듯이 제멋대로 놀다가 맨 손으로 UFC 격투기 링에 오르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시사적 언어 구사 능력이 특출하고 창조적이다. 지금은 이준석이 앞서 나가지만 두고 볼 일이다. 지금까지는 몇 백년 동안을 눈치 빠른 자의 무대만 펼쳐져 왔지만, 또 그 부작용으로 온 국민이 종 노릇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좀 다른 것 같다. 선진국 대열에 발을 들여 놓은 모양이고 물질만큼 정신 수준도 발돋음하려는 부류가 점점 불어 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김성회의 기상이 이 곳 남아있는 동료들의 그것처럼 하늘 높이 오를 날을 기대해 본다.

사색 (77)

———— 여운 ———–

” 어서오세요. 웬일로 여기까지? ”
김성회는 교회 전도사이지만 청년 담당이므로 우리를 방문하거나 심방할 군번은 아니였다. 그러나 조금전 전화로 이 근처 일보러 왔다가 돌아가는 길인데 잠시 들려도 되느냐고 물으니 그러시지요 한거다. 들어서더니 곧바로 콤퓨터 앞에 앉아 이것 저것 눌러보며 데이터를 입력하고 사용법을 깔아 놓고서 개인교습에 들어 가드니 두어 시간 보낸다. 교회에서도 서로 지나치며 미소와 눈인사 정도로 지내던 사이였건만 뜻밖에 이런 신세를 지다니 어쩔꼬? 담임께서 보냈나? 자진해서 오셨나? 묻기도 그렇고 그냥 열심히 배웠다. 헤어지며 촌지 봉투를 건네니 젊은이가 눈을 부릅 뜨며 단연 거절이다. 나도 인상하면 한가닥하는 형편이라 한마듸 던졌다. 당신집 꼬마들 용돈 전하는 것이니 두말말고 전해 주소하니 그의 올라갔던 눈썹이 제자리를 찾는다. 이렇게 옥신각신 하면서도 수차 왕림하여 기초를 졸업시키고 물러났다. 공짜로 배운것 가지고 지금까지 이용하고 있으니 그 고마운 마음은 계속 샘솟듯한다.그가 귀국길에 오르고 환송도 아니하고 무심히 있는 나에게 전화가 왔다.
” 여기 탑승 수속 마차고 잠시 전화드립니다. 저같은 놈을 사람 만들어 귀국시킨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나한테 까지? 당황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울컥 솟았다. 그동안 박대한 것이 부끄럽고 미안했다. 섭섭도 하련만 다 잊고 이별을 아름다운 추억과 길고 긴 여운으로 남겨 놓는 그의 성품이 한없이 부럽고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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