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생일’에서 제사상이 말하는 것

2019년 4월 14일 세월호 5주기 목회서신

영화 ‘생일’을 봤습니다. 세월호 영화라고 알려져 있지만 세월호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이런 선입견때문에 가슴이 무거울까봐 못봤다는 분들도 있고 반대로 세월호 사건이 불편한 사람들은 세월호를 부각시켰으리라는 짐작에 안 보기도 했을 것입니다. 어떤 사건(물론 관객들은 세월호 사건이라고 알고 있습니다)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전도연)가 그 날의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야기입니다. 하필 사건 당시 남편(설경구)은 외국에 있어서 3년간 들어오지 못했기에 사건의 충격은 엄마 혼자서 감당해야 했습니다. 요즘같은 세상에 외국에 있다고 못들어 온다는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영화 중반부에 밝혀집니다.

전도연은 유가족 모임도 외면하고 그렇다고 보상금을 수령하지도 않습니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합니다. 세월호 비판자들은 유가족 모임의 강경한 입장 때문에 온건한 유가족들이 보상금 수령을 못한다고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데 영화에서 전도연은 유가족 모임에 나가지도 않았지만 보상금을 거부했습니다. 보상금을 수령하지 않은 유가족들은 보상금을 받고 유가족 모임을 떠난 사람들을 원망하지도 않습니다.

이처럼 어느쪽에도 끼지 않고 혼자의 방식으로 슬픔을 이겨내던 전도연에게 유가족 모임에서 아들의 생일 파티를 열어주자고 제안합니다. 죽은 아이의 생일 잔치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대하던 엄마는 결국 생일 파티를 받아들이고 그 자리에서 다른 이들과 화해합니다.

영화 생일에서 대비되는 사건은 조상 제사입니다. 아내는 남편과 이혼을 고려중이지만 설경구가 장손이기에 시아버지 제사상을 자신의 집에서 차립니다. 아마 죽은 아들 역시 살아 있으면 장손이므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댁 가족이 모인 제사의 대화 주제는 ‘돈’ 즉 보상금이었습니다. 결국 삭혀왔던 전도연의 넋나간 울음이 터져 버립니다.
영화 생일의 주제는 바로 이겁니다. 우리는 그날을 제삿날로 기억해서는 안됩니다. 사람들이 잊을 때도 되지 않았냐고 말하는 이유는 제삿날로는 기억해 줄 터이니 그냥 보상금 받고 가족 단위에서 죽음만 추모하라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가 발생한 날은 생일이어야 합니다. 희생자를 죽음이 아니라 삶으로 기억하고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진상을 끝까지 규명해서 정의를 세우는 ‘삶의 날’(생일)이 되어야 합니다. 영화 ‘생일’은 진상규명을 끝까지 하자고 선동하지 않습니다. ‘생일’의 은유를 통해 진상규명이 필요하지 않냐고 관객들에게 울리는 감동으로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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